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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 :  세계 최고 '상속세 최고세율' 이대로 둘 것인가
작성자 :  관리자 작성일 :  2020.04.07  

대한민국에서는 '기업'을 자식에게 물려주는 것보다 '부동산'을 물려주는 편이 상속세를 덜 낸다. 또 세금신고를 회피할 수단이 있다면 부동산보다 현금을 물려주는 쪽이 상속세를 덜 낸다.

가령 A기업 최대주주가 5000억원 어치의 지분을 자식에게 상속하면, 산술적으로 60%(최대주주 할증과세 포함)에 달하는 3000억원의 세금을 상속세로 내야 한다.

이에 비해, 시가 5000억원의 부동산을 자식에게 물려 줄 경우 상속세는 1750억원 정도다.

부동산의 상속세 과세표준은 원칙상 시가를 기준으로 하지만, 시가가 불분명한 경우에는 공시지가 또는 감정평가액으로 상속세 과세표준을 정하는데, 우리나라의 공시지가가 시가의 70%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현금이라면 더 상속세가 저렴하다.

5000억원의 거액을 과세당국의 눈을 피해 상속하기란 사실상 불가능하지만, 영화에서처럼 어마어마한 비밀금고에 수년 동안 금괴와 달러, 묻지마 채권 등을 축적하고, 노출될 수밖에 없는 자산은 부동산이나 차명주식 등으로 상속한다면 상속세는 그야말로 '새 발의 피'에 불과할 수도 있다. 

혹자는 세금과 죽음은 피해 갈 수 없으므로 국세청이 엄정한 세무조사를 하면 상속세는 결코 비켜갈 수 없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 또한 현실을 직시하지 않은 원론적인 얘기다.

현실 세계에서는 어디에 은닉되어 있는지도 모르는 재산을 끝까지 찾아내 소송에서 질 수도 있는 과세전쟁을 벌이는 세무공무원이 그리 많지 않다. 돈 많은 사람들이 세무조사관에게 향응을 베풀고 "잘 봐 달라"고 부탁을 하는 경우가 가끔 있지만, 세무공무원도 모르는 재산이라면 눈 감아 달라고 부탁할 필요도 없다.

코로나19 검역창구에서 해열제를 먹고 통과하는 사람은 유증상자인지 알 수 없듯이 세금도 납세자의 협조 없이는 징수가 어렵다.

납세자가 수용하기 어려운 높은 세율은 불법과 편법을 낳게 된다. 세금회피를 위해 고의적으로 숨겨 놓은 재산은 하느님도 찾아 낼 수가 없다. 상속세 세율이 아무리 높아도 실제로 걷히는 상속세가 적으면 세계 최고의 높은 세율은 의미가 없다.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2018년 한 해 동안 사망자는 29만8820명. 이중 상위 10% 부자들만 상속세를 내더라도 납세인원은 3만명 정도가 되어야 한다. 하지만 실제 상속세를 낸 인원은 8002명(2.7%)에 불과하다.

이렇듯 상속세를 내는 사람보다 안내는 사람이 압도적으로 많고, 상속세 과세망에 포착되는 재산보다 안 되는 재산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한국 조세법학계의 거두이며 상속세법 전문가였던 행솔 최명근 교수(작고)는 명목상의 세금에 불과한 상속세를 '바보세'로 칭했다.

한마디로 정직한 바보들만 내는 세금이란 뜻이다. 이후 조세학계에서 전문가들의 지속적으로 상속세율 인하 등 과세체계 개편을 주창해 왔지만, 일각의 '부자감세' 반대여론에 부딪쳐 전면적인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바보세를 고쳐 보다 많은 부자들을 상속세 과세권으로 진입시키자는데, 부자감세 논리로 바보세를 존치하자는 것은 무슨 심보인가?

"한국의 상속세율은 세계 최고 수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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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의 상속세 법정 최고세율(50%)은 일본(55%)에 이은 세계 2위지만 최대주주 할증과세(주식 상속 시 할증평가)를 적용하면 60%로 세계 최고 수준이다.

이처럼 높은 세율로 인해 기업을 승계하고자 하는 의지가 꺾여 경영권 상속을 포기하고 기업 매각을 추진하는 사례가 경제현장에서 다수 벌어지고 있다. 심지어 자산을 매각하여 해외로 유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자본이 유출되면 국익이 훼손된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해 발표한 '2019 중소기업 가업승계 실태조사' 결과, 중소기업 10개사 중 7개사가 "기업 승계 시 조세부담이 막대하다"고 응답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와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등 경제계를 중심으로 "단단한 기업 육성을 이끌어내고 원활한 기업승계를 위해 상속세를 내려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들은 상속을 '노력 없는 공짜 대물림'이라는 인식보다 '경제의 선순환'이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는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국제적인 추세가 상속세율을 낮추거나 아예 폐지해 버리는 추세로 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포르투갈·슬로바키아 등 2개국은 2004년, 스웨덴(2005년), 러시아(2006년), 오스트리아 (2008년), 체코(2014년)가 각각 상속세를 전면 폐지했다.

이탈리아와 노르웨이, 스위스 등은 상속세 골격은 유지하면서 세율을 크게 떨어뜨려 최저 4%~최고 10%의 저세율 기조로 전환했다.

영국의 경제전문 일간지 파이낸셜타임스(FT)도 지난해 '한국의 고율 상속세가 재벌 기업을 위협한다'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다. 한국 재벌가는 한국전쟁 이후 폐허가 된 나라를 세계 최대 강국으로 성장시키며 부와 권력을 구축했지만 현재는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로 위기를 겪고 있다는 내용이었다. 

상속세, 100년 기업 육성 발목... 부 대물림과 일자리 승계는 다른 차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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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세전문가들은 지나치게 높은 상속세율이 경영자들의 기업승계의욕을 꺾는 등 경제 전반에 여러 가지 문제를 야기하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두고 상속세 문제를 바라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또 상속세의 '미미한 존재감'에 얽매여 3대 기간 세목인 법인세·소득세·부가가치세까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쳐서는 안 된다고 우려한다. 빈대 잡으려다 초가삼간 태우는 격이 될 수 있다는 것인데, 실제로 상속세를 납부하는 상속인이나 상속세수 통계를 보면 규모가 크지 않음을 확인할 수 있다.

지난해 국세청이 공개한 국세통계연보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상속세액은 3조9756억원, 사전상속에 해당하는 증여세액은 4조4685억원 수준으로 전체 국세(293조6000억원) 중 두 세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8%에 불과했다.

상속세율 인하 등을 통해 기업승계를 큰 무리 없이 할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들면 기업 경영활성화를 통한 법인세 증대뿐만 아니라 고용창출을 통해 소득세수 증가에도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분석도 함께 제시되고 있다.

김용민 연세대 법무대학원 교수는 "국세수입 중 기업을 통해 얻은 국세(법인세+근로소득세 등)가 76% 정도이고, 상속세는 3% 수준"이라며 "상속세율을 낮춰 기업승계를 잘 하게 만들면 오히려 기업 경영 활성화를 통한 법인세 증대, 고용창출을 통한 소득세 증대 등이 이뤄져 국고에 더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이어 "OECD 평균인 26% 수준까지 하향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지만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는 점을 감안하면 소득세 최고세율인 42% 수준으로 낮춘 후 상황을 봐가며 점진적으로 낮추는 정책노선을 선택해야한다"고 밝혔다.

법 개정했지만 여전히 미흡… "규제 과감히 없애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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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상속인(사망자)이 기업의 최대주주라면 주식을 상속·증여할 때 기업규모에 따라 '할증률'이 붙는데, 이 규정에서 중소기업을 제외하는 내용의 세법개정이 지난해 이루어졌다.

기업 최대주주의 상속세 부담이 지나치게 과하다는 지적을 정부에서 받아들인 조치였지만, 여전히 할증률을 적용받는 대기업 등 일반 기업에 대한 과세형평성 문제는 논란거리로 남았다.

이를 두고 경총은 "상속세 세율 인하 및 최대주주 할증평가 폐지, 법인세율 인하 같은 적극적인 세제개편을 통해 민간 실물경제가 활성화 되도록 지원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중소·중견기업 창업주의 가업(家業)을 2세들이 원활하게 물려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제도인 가업상속과세제도 역시 상속세제 개편 논의에서 빠질 수 없는 이슈.

매출액 3000억원 미만 기업 중 사전·사후 관리 요건 등을 충족하면 최대 500억원을 공제받을 수 있는데 혜택을 받기 위해선 7년 간 동일업종을 경영하며 매년 회사의 정규직 근로자 수를 상속 전 고용 인원의 일정부분(100%) 이상을 유지해야 한다.

최대주주 할증과세 제도와 마찬가지로 지난해 세법개정을 통해 사후관리 기간을 10년에서 7년으로 단축하는 내용 등 일부 개편이 이루어지긴 했지만 급변하는 경제 환경에 기업들이 유연하게 대응하기엔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라는 지적이 주를 이룬다.

특히 상속 후 고용 및 업종 유지라는 까다로운 단서조항이 적용되다 보니 경제 상황에 따른 기업들의 능동적인 경영판단을 어렵게 만든다는 불만이 터져 나오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전규안 한국세무학회장(숭실대 회계학과 교수)은 "업종변경을 위해 사후관리기간 동안 '평균 정규직 총급여의 100% 이상'을 도입해 기업이 근로자 수와 총급여액 기준 중 선택 가능하도록 제도를 개편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용민 연세대 법무대학원 교수도 "지금은 가업상속공제가 요건이 너무 엄격한데, 이는 용어로 인해 불거진 측면도 크다"면서 "용어부터 기업승계제도로 바꾸고 원활한 기업상속 지원이 필요하다는 시각으로 접근하면 좋은 제도의 보완이 이루어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언급했다.

'유산취득세', '자본이득세'로 전환해야

상속세율 인하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만큼 당장에 인하가 어렵다면 과세체계를 바꾸는 방향도 검토해 볼 수 있다고 전문가들은 제언한다.

현재 상속세제는 피상속인의 전체 재산에 대해 일괄 과세하는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어 이중과세 논란과 함께 부의 분산효과가 약하다는 지적이 뒤 따른다.

이에 대해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장(한양여대 교수)은 "현재 상속세는 유산세, 증여세는 유산취득세 체계로 운영되고 있다"며 "과세 체계를 '유산취득세 구조'로 일원화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오 학회장은 "유산취득세 방식은 상속 재산 총액이 아니라 유산 분배 후 상속인별 분할재산에 과세표준을 적용해 상속세를 매기는 방식"이라며 "상속인이 실제로 받은 유산에 한정해 세금을 부담하기 때문에 부의 분산효과가 높고 세 부담도 적정하다"고 평가했다.

상당수 선진국들은 유산세 방식이 아닌 유산취득세 방식을 택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해볼 수 있다.

OECD 회원국 중 상속세를 부과하고 있는 21개국 중 유산취득세 방식을 운용한 국가는 일본, 독일, 프랑스, 스위스 등 16개국이다. 반면에 한국과 미국, 영국, 헝가리, 터키 등 5개국만이 유산세 체계를 택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자본이득세' 체계 도입도 대안 중 하나로 제시된다.

생전에는 높은 소득세율로 과세하면서 무상 이전되는 자산에 대해서는 '자본이득세' 형태로 과세하는 것인데 부모가 1000원에 자산을 산 후 1500원에 이를 자식에게 넘기면 차액인 500원에 대해서만 과세하는 방식이다. 

캐나다가 현재 이 과세체계를 택하고 있고 자본이득세 체계를 도입한 호주의 경우 상속시점에는 미실현 이익으로 간주해 과세를 하지 않다가 상속받은 자산을 처분할 때 취득가액 등을 제외하고 차액에 세금을 부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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