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비선실세' 최순실씨의 주도로 재단법인 K스포츠가 제기한 증여세 불복 소송에서 롯데그룹으로부터 받은 출연금은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증여세 부과대상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사진=연합뉴스)

재단법인 K스포츠가 롯데그룹으로부터 기부금을 출연받은 것은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증여세 부과대상이 될 수 없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강요로 출연한 것 자체가 '무효'인 행위이기 때문에 이에 대해 증여세를 물릴 수 없다는 취지다.

민법은 선량한 풍속 기타 사회질서에 위반한 사항을 내용으로 하는 법률행위는 무효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서울행정법원 행정4부(재판장 조미연 부장판사)는 지난 23일 K스포츠가 제기한 증여세부과처분 취소청구 선고 공판에서 "롯데의 금원 출연행위가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무효인 이상 K스포츠가 직접 공익사업에 사용하지 않고 반환했더라도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다"며 K스포츠의 청구를 인용했다.

국세청, 출연금 '공익목적사업외적 용도'로 판단해 과세

K스포츠는 2016년 5월 25일부터 31일까지 롯데그룹 6개 계열사들로부터 70억원을 출연받았다가 같은해 6월 이를 다시 반환했다.

국세청은 K스포츠가 롯데에 출연금을 반환한 것이 공익목적사업외적 용도로 사용됐다고 보고 증여세 30억4000만원을 부과했다.

하지만 K스포츠는 "출연금을 롯데에 반환할 의무가 있고 그에 따라 적법하게 반환한 것이므로 증여세 부과대상이 아니다"며 과세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K스포츠는 "롯데가 강요에 의해 기부금을 출연했을 뿐만 아니라 출연 당시 체육시설 건립이 불가능해져 증여계약이 무효가 됐다"고 주장했다.

또 출연금을 반환받은 롯데에 대해 아무런 과세를 하지 않은 것도 국세청의 직무유기에 해당한다면서 문제삼았다.

법원 "K스포츠 출연, '반사회적 법률행위'로 증여세 부과대상 안돼"

◆…법원은 재단법인 K스포츠가 받은 롯데 출연금에 대해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의 강요로 인해 이뤄진 것으로서 '무효'인 행위라고 판단했다. (사진=더팩트)

법원은 K스포츠의 태생 자체가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공모해 설립된 것인 만큼 롯데의 출연금은 증여세 부과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롯데의 금원 출연행위는 정의관념에 반하는 반사회적 행위로서 무효"라면서 "K스포츠가 이를 다시 반환했더라도 이에 대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없음에도 증여계약이 유효함을 전제로 증여세를 부과한 처분은 위법하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롯데를 비롯한 출연기업들은 K스포츠의 설립자임에도 불구하고 설립과정이나 운영에서 배제된 채 출연금만 납부했을 뿐이다"며 "실질적으로 K스포츠의 설립이나 운영은 최씨의 일방적인 의사결정에 의해 이뤄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비록 대통령의 출연 요구에 응하지 않는 것이 불가능해 롯데의 의사결정 자유가 없거나 현저히 곤란한 정도에 이르렀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더라도 뇌물 공여로 신동빈 롯데 회장을 비롯한 관련자들에 대해 유죄가 선고됐다면 그 출연행위는 반사회적 법률행위에 해당한다"고 말했다.

증여세 과세 근거에 대해서도 재판부는 "K스포츠가 이러한 불법성을 인식하고 롯데에 출연금을 돌려줬는데 롯데가 취소하겠다는 의사표시가 없으므로 증여계약의 효력을 부정할 수 없다는 국세청의 주장은 이유 없다"고 지적했다.

결국 재판부는 "롯데의 출연행위가 반사회적 법률행위로서 무효인 이상 당초부터 출연받은 금원에 대해서는 증여세 부과대상이 될 수 없다"며 K스포츠의 손을 들어줬다.

K스포츠는 재단 설립 허가 취소 처분을 취소해달라며 문화체육관광부를 상대로 소송을 냈지만 지난 4월 항소심에서 패소하자 이에 불복해 상고한 상태다.